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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0. WED

THE RETURN OF THE LOGO 내 이름을 외쳐봐!

패션 하우스들이 옷과 액세서리에 자신의 심볼과 이름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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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디의 전통적인 FF 로고 러기지를 든 소피아 로렌, 1972년.



    ‘잇’ 백을 섭렵하던 패리스 힐튼, 2003년.



    루이 비통의 아카이브 트렁크들.



    만약 당신이 X세대라 불린 적 있다면 이번 시즌 컬렉션은 당신에게 아주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기성세대의 관념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하며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그래서 ‘마땅히 정의 내릴 방법이 없는 청년들’을 일컫던 X세대의 시그너처 스타일이 2018 S/S 런웨이 위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컬러와 패턴을 맞추는 습성, 브랜드 네임이 드러나는 액세서리, 무릎까지 늘어뜨린 벨트, 버킷 햇과 젤리 슈즈….




    이번 시즌의 열쇠가 되는 X세대 트렌드 중 우리는 로고의 부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번 시즌 패션 브랜드들은 각자의 역사를 되짚어 자가 복제를 시도했다. 2003년 패리스 힐튼과 니콜 리치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심플 라이프>로 스타덤에 올랐는데, 20대의 나이에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그들은 로고가 가득한 ‘잇’ 백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그 무렵의 유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나 소유할 수 없는 럭셔리’를 표방하던 당시의 패션 하우스들은 로고와 모노그램을 전면에 내세웠으니까. 그 대표 주자가 루이 비통일 것이다. 1854년 프랑스 상류층을 위한 트렁크를 만들던 루이 비통의 기원은 1997년 이후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에 의해 매력적으로 포장됐다. 예술가 실비 플뢰리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스티븐 스프라우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 브랜드의 모노그램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한 것. 이번 시즌, 루이 비통의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복식사 박물관의 커스텀 같은 디테일과 동시대의 스트리트 스타일, 세기말의 모노그램 등 시대를 넘나드는 믹스매치를 시도했다. 백 라인에 주로 활용된 모노그램은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시대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듯이 보인다. 1997년 펜디는 F 형태의 사각 버클이 눈에 띄는 간결한 디자인의 ‘바게트 백’으로 전례 없는 성공을 이뤘다. 대중에게 각인된 로고가 만들어내는 폭발적 인기를 경험한 펜디는 이후 가장 활발하게 로고와 모노그램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됐다. 바게트 백과 같은 강력한 액세서리 붐업을 목표로 키치한 털북숭이 백 참을 만들거나 탈착 가능한 백 스트랩을 선보일 때도 펜디는 FF로고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 장기를 살려 모피 보머 재킷에 모노그램을 새기는가 하면, 백과 슈즈, 삭스, 백 참, 선글라스 등 생산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액세서리 위에 FF 로고를 채워넣었다. 디올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벌써 세 시즌째 로고에 집중하는 중이다. 브랜드 네임이 적힌 리본 슬링백으로 첫 시즌부터 대단한 성과를 보인 그녀는 백과 주얼리에 반복적으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2000 S/S 시즌의 존 갈리아노가 그랬듯 모노그램 프린트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2018 S/S 런웨이의 첫 번째 룩에 등장한 패브릭 소재의 ‘디올 북 토트백’이 그 결과다. 2006년 프리다 지아니니가 구찌의 아카이브에서 발굴해 낸 ‘GG’ 로고와 메탈 체인 장식의 구찌 시마를 기억하는가? 고루하다고 치부하던 로고 백이 부활하던 순간이다.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구찌 하우스뿐 아니라 패션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독특한 레트로 감성에 어울리는 빈티지 모노그램 패턴을 그의 컬렉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컨드 핸즈 숍의 구석에서 건져 올린 듯 새것 같지 않은 익숙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하게 느껴지는 적절한 수위 조절 능력이 그가 선보인 액세서리의 힘이다. 그뿐 아니다. 발렌시아가는 마치 옷의 안감처럼 보이는 반복된 로고 패턴으로 핸드백과 레인커버를 장식했고, 변치 않는 로고 사랑을 보여주는 샤넬은 더블C 심볼과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한 그래픽적인 패턴을 탄생시켰다.



    코트의 안감 같은 로고 패턴을 활용한 발렌시아가의 BB 라운드 백.



    모노그램 패턴의 시티 말 백.



    이처럼 브랜드 로고를 강조하는 패션은 몇 시즌째 유행하던 1980년대 스트리트 문화의 변주일 수도 있고, SNS를 통한 마케팅이 중요해짐에 따라 자세한 정보 없이도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브랜드의 명민한 전략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X세대들이 유동자산을 갖는 나이가 되자, 그들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파는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시즌의 로고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완벽하게 새로운 경험임에 틀림없다. 이들에게 한 세기를 마감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기로에서 흥행했던 문화와 패션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자 선망의 대상이니까. 누군가의 추억 속 패션이 다른 이에게 새로운 모험이 되는 것, 지금껏 패션계가 밟아온 수순이 아니던가! 그러니 우리의 ‘랜선 친구’인 인플루언서들처럼 유쾌하게 로고 트렌드를 즐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