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04.28. FRI

Post Era 보다 날 선, 글렌체크

분해와 재조합, 다양한 음악적 레이어의 조합과 병치로 감각적인 음악을 만들어온 글렌체크가 4년만에 돌아왔다

  • facebook
  • kakao
  • twitter
  • like
  • 강혁준이 입은 심플한 로고가 돋보이는 후디드 티셔츠는 The Good Company by Warped Shop. 박시한 실루엣의 체크 셔츠는 BBP by Tomgreyhound Downstairs. 검정 스키니 팬츠와 레이스업 워커는 모두 Dior Homme



    간만에 공기도, 바람도 청명한 봄날 오후였다. 어느덧 밤인데, 무엇 하다 촬영장으로 왔나 준원&혁준 물론 작업하다 왔다. 정규 새 앨범 작업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는 동안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 준원 비요크의 ‘Notget’. 버추얼 리얼리티 영상이 공개됐길래 그거 보면서 왔다. 워렌 뒤 프리즈 &닉 손턴 존스(Warren Du Preez & Nick Thornton Jones)가 디렉팅했더라. 혁준 프랭크 오션의 ‘Biking’. 며칠 전에 발표된 신곡인데 제이지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새 앨범은 4월 안에는 베일을 벗나 준원 아무래도 5월로 넘어갈 것 같다. 그리고 ‘앨범이 이 날짜에 나온다!’고 말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앨범을 통째로 한 번에 내는 대신 2017년 내내 신곡들을 계속 조금씩 공개할 계획이거든. 한 해 내내 활동할 것 같다. 


    앨범 준비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 페스티벌 참가도 번복했다. 페스티벌 무대에 선 지 좀 된 데다가 해외 무대였는데 아쉬울 것 같다 혁준 앨범이 더 중요하니까, 당연하게 내린 결정이다. 준원 갔다가 앨범이 아쉬워지면 그때 어떡하나? 하하. 


    1집은 프랑스와 벨기에, 2집은 스페인에서 작업했고, 그 공간의 영감과 감정이 담겨 있다. 새로운 앨범에도 장소적 특이점이 있나 준원 물론이다. 이번은 ‘서울’이다. 예전엔 둘 다 외국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외국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업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니, 되려 근거지인 서울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엔 전처럼 외국에서 두어 달 보내며 작업하고, 녹음하는 대신 서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작업 기간만 따지면 몇 개월이지만 아이디어 모으는 데 3년가량 걸렸다. 


    지난 <Youth> 앨범이 벌써 4년 전이다. 새 음악을 기다린 팬들에겐 좀 가혹했다 준원 하하. 대신 그간 서울에서 둘다 디제잉 등 다른 활동도 많이 했고, 스트리트 문화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려 했다. 그 속에 살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음악적 영감들이 새 앨범의 큰 축이 됐다. 



    김준원이 입은 절개 라인이 돋보이는 풀오버 점퍼와 라이닝 디테일이 돋보이는 팬츠는 모두 Dior Homme. 레이어드한 티셔츠는 Ordinary People.



    서울이 왜 좋은가 혁준 음악적으로 봤을 때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신은 굉장히 독특하다. 준원 동감! 그리고 나는 서울이 굉장히 앞서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음악적, 문화적으로도. 음악이든 문화든 해외 도시는 저마다 색깔이 뚜렷하다. 서울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 변화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고, 사람들은 변화에 또 엄청 민감하고. 그러다 보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게 요즘 우리 외국 친구들이 굉장히 서울에 오고 싶어 한다. 몇 년 전 우리가 파리나 베를린, 뉴욕에 가고 싶어 했듯이. 


    최근 인터뷰에서 새 앨범엔 힙합과 서브 컬처 요소가 많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준원 종전에 말한 것처럼 이번 앨범엔 서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극단적 다양성을 담으려 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선 하나의 클럽이라도 하루는 90년대 미국 힙합을, 다음날 밤엔 전혀 다른 시대의 영국 음악을 틀곤 하지 않나. 그렇듯 하나의 앨범에 다양한 장르를 섞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얽매인 앨범은 만들고 싶지 않다. 


    새 앨범을 통해 글렌체크 초기의 밴드적 느낌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바람도 충족될 수 있을까 준원 음. 예전 느낌 그대로를 원한다면 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왜 계속 변화를 추구하느냐 이런 류의 얘기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도 만나볼수록 상대방이 궁금해야 매력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지 않나? 그렇듯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쉬이 익숙해지기보다 점점 더 알고 싶고, 늘 새로운 대상이 되는 것이다. 


    비스츠앤네이티브스(BANA)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변화가 생긴 부분이 있나 혁준 많다. 준원 일단 새로운 주변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예전 소속사의 경우 구성원의 90%가 인디밴드 신에 종사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쪽 문화를 많이 접했다. 반면 바나에는 디제이, 래퍼, 비트메이커, 스트리트 신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고 그들과 어울리다 보니 생각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이미 말했듯이 우리는 늘 낯선 대상이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음악을 보여주는 방식, 즉 음악을 선보이는 ‘때’와 ‘장소’에 명민하게 신경 써야 한다. 바나가 그 중요성에 민감한 집단이라 논의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글렌체크의 새로운 곡이 발표되지 않는 동안, 김준원의 경우 f(x) 크리스탈과의 작업을 비롯해 ‘알터 에고’ 크루 활동을 하는 등 많은 협업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새 앨범에는 역으로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 많을 예정인가 준원 맞다. 


    그렇다면 최초로 한글 가사가 등장할 수도 있겠다 준원 확실하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한국어 가사가 들어간다 해도 내가 아닌, 협업하는 아티스트가 부르게 될 거다. 




    강혁준이 입은 위트 있는 프린트의 스웨트셔츠는 Chill out by Warped Shop. 오버사이즈 셔츠는 Nohant. 담백한 그레이 진은 COS. 로고가 돋보이는 캡은 Fila X Pepsi. 김준원이 입은 스포티한 느낌의 데님 점퍼는 Christopher Shannon by Tomgreyhound Downstairs. 베이식한 체크 셔츠는 Series. 프린트가 돋보이는 티셔츠는 Ordinary People. 데님 팬츠는 COS.



    한국어 얘기를 하니 묻고 싶은 게 있다. 강혁준은 원래 인터뷰할 때 이렇게 말이 없나? 영어로 대화하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까 혁준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하지 않을까? 하하하. 무대 위에선 영어가 확실히 편하다. 멘트가 잘 떠오르거든. 준원 나는 영어를 쓰면 지금보다 더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 하하하. 


    이전의 곡 제목이 ‘60’s Cardin’이었던 걸 비롯해 글렌체크를 논할 때 패션 코드를 빼놓기 힘들다 준원 나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패션 관련 일을 하고 싶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패션에 그만한 열정이 없더라. 무슨 얘기인가 하면 음악의 경우, 듣는 일만 생각하면 심플하지만 만드는 걸 생각하면 전혀 다르다. 만들면서 음악이란 대상의 안 좋은 부분, 힘든 부분을 다 겪어내야 하니까. 음악에 관해선 그런 부분을 감내하고 싶을 만큼 열정이 컸다. 같은 맥락에서 패션은 그럴 자신이 없었지. 하지만 여전히 예쁜 옷을 입으면 기분 좋고, 멋있는 디자이너가 브랜딩하는 법, 컬렉션을 보여주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영감을 주거든. 


    특별히 좋아하는 패션 레이블이나 디자이너가 있나 혁준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준원 최근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에 관심이 많이 가는 편이고, 나 역시 스포츠 웨어 브랜드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푸마나 아디다스 등 오래된 빈티지! 


    작업이나 글렌체크 활동에 몰두하지 않을 땐 무얼 하나 혁준 주말엔 이태원 가거나, 날씨가 좋을 땐 스케이트보드 타는 걸 좋아한다. 준원 우리가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싶은 게 일할 때도 노는 느낌일 때가 많다. 반대로 놀 때도 딱히 특별한 걸 한다기보다 친구들과 서로 음악 틀고 들으면서 논다. 운동 중에는 축구 정도? 아, 요리도 좋아한다. 얼마 전에 혁준에게 프랑스 요리 만들어줬다. 


    글렌체크의 캐치프레이즈가 있다면 준원 ‘살아지는 대로 살지 말고, 주체적으로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경험을 해나가자’는 것. 풀어서 말하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기분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또 10년 전의 경험이 지금의 내게 끼친 영향도 있을 것이고, 요 근래의 경험이 10년 뒤의 내 모습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는 본인이 생각하는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줄 경험이 무언지 생각해 보고, 스스로를 그런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혁준 음. 이런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불교 사상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준원 덧붙여 우리가 만드는 음악도 타인에게 하나의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더 중요하게 생각돼 작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더라. 우리 음악을 듣고 느낄 찰나의 감정들이, 그 사람의 삶에 하나의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공연이 예정돼 있나 준원&혁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일단 더운 여름이 되면 페스티벌 무대에서 우리를 만날 수 있을 거다. 또 이번 앨범과 관련해 영상을 비롯한 비주얼라이징 작업도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합을 맞추며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